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왜 그렇게 재미가 있던걸까-1
개발자가 아니라 한명의 게이머로 온라인 게임을 즐긴지도 꽤나 오랜 세월이 지난 듯 하다.

머드게임을 시작으로 1세대 MMO였던 몇몇의 게임을 거쳐 나의 취향은 궁극의 MMORPG라 불리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로 완전히 안착하고 말았다. 거의 중독이라 불릴 정도로 몸서리치던 이 게임의 재미를 한동한 쉬기로 결정한 것은 가정과 생업이라는 커다란 벽 때문이기도 했지만 역시 한 사람의 개발자로서 면밀하게 이 게임에 대해 진지하게 되짚어보고 게임에서의 재미라는 것에 대해 다시 돌아보고 싶은 생각 때문이였다. 그간 와우에 대해 이것저것 많은 분석이 나왔지만 한번쯤 다시 개발자의 눈으로 바라본 와우에 대해서 정리해보고 싶었다. 이 글은 그런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첫 글은 와우 안퀴라즈 이벤트 때부터 써왔다)


공간 구조의 차이
깊이 생각해보건데 와우에서 나에게 가장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던 것은 바로 이 공간의 차이에서 시작한 실재감이였다. 국내 온라인게임의 가장 큰 고착점이였던 공간좌표계를 3D로 확장하여 오브젝트위로 올라가고 타고 움직이며 하늘과 땅을 넘나들며 느꼈던 공간감은 실제로 내가 그 공간에 위치한듯한 임장감을 구현하고 있었다. 그간의(와우 이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사실..) 국내 온라인 게임은 서버계의 공간이 2차원으로 처리되는(일명 땅개세계)수준이였으며 간혹 '경공(신영웅문)'이나 하늘을 날아다니는(플리프) 액션을 구현하긴 했지만 진실로 제대로된 공간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공간을 3차원으로 확장했다는 건 단순히 서버와 클라이언트간의 좌표처리가 (x,y)에서 (x,y,z)로 늘어나기만 한것이 아니다. 게임에 들어가는 오브젝트와 동선, 그리고 그 진행의 배치와 맞물린 전방위적인 월드메이킹에 대해서 엄청난 수고가 더해졌다는 것이다.와우에서 많은 사람들이 감격해 마지 않았던 그리폰/와이번을 타고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다보는 장면은 단순히 만든게 아니였다.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전경을 생각해 오브젝트, 지형의 배치를 훨씬 섬세하게 하지 않았던들 판때기조각으로 세워진 나무들과 엉성한 지붕의 입체감없는 건물들이 내려다보이는 장면이 되었을 것을 와우는 정말로 그런 모든 것을 섬세하게 구성했던 것이다.

이런 구성이 '대규모 물량투입에 의한 파워'라고 지적한다면 그 말은 절반정도는 옳고 절반정도는 틀렸다고 본다. 여태까지 우리나라의 게임에서 이런구성이 불가능했던건 기술력이 부족한 탓이 아니라 그런 세계를 구성할 수 있는 개발프로세스의 구성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였다. 마치 벽돌집을 쌓는 기술과 인력을 단순히 확장하여 초고층 빌딩을 지을 수 없듯이 개발시스템의 전반적인 진화가 이런 프로젝트에 필요했던 것이다. 처음부터 입체적인 구성을 염두하고 만든 기획과 레벨디자인, 그리고 그것을 가장 빠른 시간내에 구체화해낼수 있는 작업환경없이는 무의미한 시간만 소진할 가능성이 많았기 때문에 아마도 우리나라 게임은 현실과 타협하는 쪽을 택했던지 모르겠다. 설마 그런 광경(3차원의 공간을 누비는)을 누가 바라겠느냐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돌아오는 이득은 미미하다, 이런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기억이 가슴에 찡하다.

[첨언]
이 글을 쓰던 시점은 확장팩이 나오기 전이였다. 확장팩이전의 와우는 3차원공간이기는 하지만 그 처리가 다소 한정적인(그리펀/와이번을 탈때나..)형태였지만 확팩이 나오고서 비로서 3차원의 공간이 완성되었다.

내가 가장 놀랐던 것은 물통이나 바위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지하철, 움직이는 배, 비행선을 타고 움직이는 것을 그 공간 그 시점에 있는 사람이 모두 큰 오차없이 처리되고 있음에 놀랬다. 심지어는 그 위에서 뛰고 싸우는 것 마저 가능하다는 걸 알고 "이 미친 놈들이 도대체 여기까지 만들어내다니!!!"라고 혼자서 되뇌이게 만들었다.

익숙한 공간, 같은 공간도 낯설게 만든 독특한 지형, 호드의 썬더블러프와 언더시티, 수십번을 학습해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그 공간의 낯설음은 매번 이 대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게 만든다. 우리나라의 MMORPG에서도 '대도시'라는 것을 만들지만 공간적으로는 그다지 특색있다고 볼 수 없다. 단순한 바둑판에 막힌길과 뚫린 길, 넓은 길과 좁은 길 뿐... 그래서 유저들은 넓은 대도시를 싫어하고 모든 NPC가 자기 집을 놔두고 대문앞으로 나와서 장사를 하는 웃기는 광경을 만들고 있을 뿐...
 - 사실 이점은 유저의 편의측면이나 맵로딩을 해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때문이기도 하다.
by 글로리ㅡ3ㅢv | 2008/09/02 20:44 | 게임을만들자 | 트랙백 | 덧글(0)
나는 아직도 차가 없다.
오래전 첫 직장 생활(정직원으로)을 하면서 가진 꿈이 있었다.

'나는 연봉이 ~~가 되면 차를 사야지'

차를 갖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기 보다 그냥 차를 몰고 다니려면 경제력이 얼마쯤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세번쯤 이직을 했을때였을까 어느새인가 나는 목표수치를 훨씬 넘는 몸값에다 그럭저럭

남부럽지 않은 집도 하나 가지게 된 상태가 되어있었다.


결혼할 때쯤이었나 결혼자금으로 가진돈을 탈탈 털어넣고 셋방살림을 옮겨 신접살림을

차리고 나니 다달이 딱 10만원씩 적자가 나던 시절이 있었다.

이것저것 빚을 내서 가정을 챙기다보니 총각시절 유지하던 낮은 생활비가 그리울 지경

이였는데 집사람에게 말하기도 참 그렇고...

어찌됐든 이 일만 잘 풀리면 다음엔 더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묵묵하게 일했다.


자리를 옮기고 회사를 바꾸게 될 때마다 다행히 이전의 업무성과를 인정받아

좀더 좋은 자리로 그리고 훨씬 좋은 조건으로 차츰 생활은 안정이 되어가고

오래전 목표였던 '연봉 ~~~'를 훨씬 초과하는 어느정도 인생의 안정기에 접어든 상태가

됐지만... 아직도 나는

차가 없다. 그리고 차를 살 생각이 안든다.


'차가 없으면 불편하지 않나요?' 전혀....

'애기가 있으면 차가 있어야 할텐데..' 전혀...

'어디 놀러가거나 물건을 살때 차가 없으면 곤란하잖아요.' 전혀...


차가 없다고 불편함을 느낄 상황이 되면 나는 차라리 다른 수단을 이용했다. 용달을

부르든 콜택시를 부르든 렌트카를 이용하든...


다달이 수십만원의 돈을 길바닥에 뿌리고 산천에 스모그를 날리며 느끼는 쾌감을

몰라서 차마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아침 바람이 선선한 날에 가끔 길을 나가보면

도로에 가득찬 차들의 행렬이 참 갑갑하게 보인다.


차가 없으니깐 별로 나갈 일이 없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니고 좀 먼 거리는

대중교통으로 떼운다. 그나마 피곤하니깐 멀리는 안간다.

어차피 마음먹고 나가는 먼 길이라면 차를 빌리던지 기차를 이용하게 된다.

KTX를 타면 고향까지는 순식간이니까. (이전 통일호 6시간을 서서가던 시절에 비하면)


작년 제작년 교통비를 정산해봤다. 고향오가는 차비, 출퇴근 교통비, 이것저것 합해서

일년에 백만원이 안된거 같다. 아마 자동차를 직접 몰았다면 7,8백만원은 들었겠지...
(차값은 또 어쩌구)

이런 좀생원같은 생각을 하다보니 차 살 엄두가 안난다. 이런 생각은 아마도 앞으로도

십수년간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이런 나를 이해해주는 집사람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by 글로리ㅡ3ㅢv | 2008/09/02 20:34 | 오늘하루는 | 트랙백 | 덧글(5)
저희 나라는....
'저희 나라' 라는 표현은 틀린 말이다. 그러나 글자 그 자체로서의 의미는 틀린 것이 아니다.

나와 당신이 속한 나라가 아닌 내가 속한 나라를 낮춰부르는 뜻이라고(어째서?) 해석을

하면서 이 말을 쓰면 안된다고 길길이 뛰는 사람들을 보면 조금 이해가 안간다.

설령 이게 내 나라, 우리나라를 낮춰서 부르는 말이라고 할 지라도 그게 어떻단 말이지?

우리나라가 그렇게 소중하고 위대한건가? 물론 나에게 있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소중하지만 '저희 나라'만큼은 안된다고 하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왠지 모순에

휩싸인 느낌이 든다. 내가 속한 나라는 왜 항상 '우리 나라'가 되어야 되는건지

그냥 내가 느끼기에 나만의 나라, 당신이 생각하는 나라가 아닌 그런 나라일 때는

어떻게 말해야 되는 걸까.

오늘은 5월 18일이다. 오늘만큼은 우리나라가 아닌 '이 못나고 바보같은 인간이

제 나라로 생각하는 저희 나라'라는 말로 얘기하고 싶다.

나는 그 때의 이 날을 아무것도 모른체 살았다. 그것만으로도 죄스럽게 느껴지는

나이가 되고 나니 자연스럽게 '우리나라'라는 말이 싫어진다.

너희들의 나라, 우리들의 나라, 저희들의 나라, 가끔은 이렇게 편을 가르고 싶어질

때가 있다.
by 글로리ㅡ3ㅢv | 2007/05/18 13:32 | 오늘하루는 | 트랙백 | 덧글(5)
동양적인 게임을 만들어볼까...
오래전 엠파스블로그에 포스팅했던 글을 어떻게 다시 찾아서 꾸역꾸역 옮겨놓아본다.(이거 하도 오래전에 적은 글이라 내가 쓴건지 퍼온건지 감이 안잡히네... 글의 요체를 보면 내가 생각하던게 맞는데...) 요즘 점점 새로운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아 정말 이런거 만들어보고 싶은데...

무엇이 서양적이고 무엇이 동양적인가.
서양적인 역사인식에서 시작한 롤플레잉이란 종족의 구분에 따른 능력치의 변화가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과 엘프가 그 종족의 특징에 따라 기본수치가 다르고 이 다른 서로만의 장점을 가지고 혼자서는 플레이가 힘든 부분을 보완적으로 플레이를 해나가는 것이 롤 플레잉이란(정확하게는 테이블 토크 RPG)것이다. 서양에서의 게임에 대한 인식은 우선 이 종족간의 차이를 기초로 다시 직업(job)이라는 요소를 첨가하여 플레이어에게 종족간의 불균형을 해소함과 동시에 성장해나가는 즐거움. 하나의 종족이후에 다른 종족으로 플레이 그리고 또 다시 여러가지 직업으로 재도전이라는 specialistic mastery 의 모습을 가진것이 서양적인 롤플레잉의 특징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면, 그에 대응할 동양적인 요소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동양에서의 수련(교육, 혹은 성장)이란 전인(全人), 즉 모든 것을 갖춘 인간으로의 육성이 되는 것이다. 그 최고 상위점에 천명(天命)이라고 하는 명분을 가지고 서양보다는 뿌리깊은 계급의식이 전제적인 폐쇄구조로 자율적인 사회발전의 장애로 파악되기도 했던 만큼 계급, 천명, 전인을 목적으로 하는 수련을 동양적인 요소로 평가할 수 있다.

여기서 이 세가지 요소를 어떻게 게임에 적용시킬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천명(天命)은 하늘의 순리에 따르는 태도 즉, 선(law)과 악(chaos)를 구분짓는 요소인 동시에 충성도등으로 전이시킬수 있다. 계급(class)는 역사적으로는 천부적인 상승불가적인 고정수치가 될 수 있으나 여기에 혁(革)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그 계급의식을 타파하거나 퀘스트를 통해(功) 변화하는 특성으로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성(誠) 이라는 경험치를 가지고 수련을 하여 동양의 수많은 학문, 종교, 철학에서 자신의 줄기를 이루고 수많은 예능과 함께 자신만의 학파(學波)나 류(流)를 만들어 나가는 재미를 줄 수도 있을 게다. 계급은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천명은 자신이 개척해나가는 의지를, 수련은 자신이 갖출 수 있는 자질을 가지게끔 게임적인 구성으로 살려낼수 있다면 독특한 동양의 분위기를 나타낼 수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게임 연대기(유신의 람)
일본 근대사 최고의 인물이라 뽑히는 사까모또 료마(坂本龍馬)의 일대기를 그린 게임. 역사게임의 거장 코에이에서 만들었다.
게임상의 목적은 일본 전국의 수많은 지사(志士)들과 만나 동료를 모으고 천황을 만나 새로운 시대의 조류를 만드는 것.
플레이어는 '존왕(尊王)-천황을 중심으로 개혁', '공의(公儀)-막부와 조정이 같이 개혁, 공무합체론이라고도 한다', '좌막(佐幕)-막부를 중심으로 개혁' 세가지 사 상으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며 여기에 각 사상마다 국외적인 사상으로 '개국(開國)'과 '양이(壤夷)'을 가지고 자신의 의지에 지사(志士)들을 동조시켜 나간다. 동사의 '수호전'에서 느껴보았던 사람들을 모으는 재미와 함께 치밀한 역사의식속에 고증된 수많은 인물들의 등장, RPG요소(전투와 학문 수련)의 도입으로 일본 게이머들에게 가장 몰입도가 높았던 게임으로 평가 받는다.
by 글로리ㅡ3ㅢv | 2007/04/11 20:52 | 게임을만들자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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